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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8색 감동...소설동창회 <그림을 훔치다> 출간
문우들의 20주년 인연을 기념해 만든 앤솔로지 소설집
 
이균 기자 기사입력  2020/03/25 [06:26]

글 좀 쓴다는 8명이 뭉쳤다. 소설동창회 작품집 <그림을 훔치다>가 세상에 나왔다. 20년을 함께 해온 내공이 녹아있다.

 

이 책은 소설쓰기를 좋아하는 소설창작 모임 <소설동창회> 문우들의 20주년 인연을 기념해 만든 앤솔로지 소설집.

 

참여한 작가 개성만큼 다양한 글이 수록돼 있다. 사람의 감정을 파고 들기에 충분하다. 자극과 감동이 작품마다 다른 색깔이다.

 

작가들은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든 수록작에 각기 하나 이상의 숫자 20을 담고 있다. 찾아보는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앞으로 감동의 ‘소동’을 일으킬 소설동창회. ‘소동’은 지난 2001년 인터넷 활동을 통해 시작된 소설 창작 동인이다.

 

‘소설을 쓴다’는 그 한 가지 공통분모만으로 우직하게 20년을 질기게 이어 온 인연의 공동체. 그동안 일부 회원들은 ‘문학사상 신인상’(문학사상사), ‘부천신인문학상’(부천문화재단), ‘수원문학 신인상’(수원문인협회), ‘비룡소 블루픽션상’(민음사 비룡소) 등을 수상하며 개인작품집을 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3명에 이르는 탄탄한 필력의 소유자들 가운데 8명이 이번 작품집에 참여했다. 작품 수록 순서대로 서군(서종건), 체스카(민현주), 김문석(김진경), 고건, 최준석, 선민(이선민), 칼사비나(김미진), 이제미 이상 8명이다.

기획 : 김문석 편집 : 칼사비나 출판 : 부크크 / 270/ 148*210mm (A5)   


각 개별 작품 해설

 

1. 퇴적지대 / 서군

‘퇴적지대’라 명명된 낙후된 지역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합법적인 구조적 착취를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낸 수작이다.

작품 내에서 교회 장로가 힘없는 부녀자에 가하는 성적 물리적 폭력이 어떤 식으로 드러나고 파묻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 감상 포인트.. 한결같은 시선으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예리하게 파헤치고자 하는 작가의 진정성이 가감 없이 드러나 있다. 

 

2. [표제작] 그림을 훔치다 / 체스카

이 작품집의 표제작으로서 작가의 성실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역시 권력이 약자를 합법적으로 착취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철저하게 권력이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외롭게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지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과 자신만의 방식대로 예술을 즐기는 인물과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돈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예술적 가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서 진정으로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3. 성탄 전야/김문석

섬세하고 감각적인 필치가 뛰어난 작품이다. 성탄 전야에 만나 술을 마시는 화자의 옛 회고담을 통해 쓸쓸한 현대사회의 풍속도를 엿보게 된다.

상처를 가진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생생하고도 정교한 필력으로 세련되게 이끌어낸 작품이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는 점에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 전반에 걸친 허무주의적인 분위기가 매력인 동시에 특징이기도 하다.

 

4. 늪 / 고건

작품집 전반에 걸쳐 가장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 중 하나이다. 태아의 사체를 소각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주인공이 실체를 알 수 없는 ‘늪’과 벌이는 집요하고도 처절한 싸움이 작품의 주된 테마이다.

언제나 정신적으로 극한 상황에 내몰릴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상처입은 내면을 <늪>이라는 정체불명의 존재에 투영한 작품이다. 문장이 간결하고 명료해 긴장감이 살아있어 흡인력이 강하다.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실존주의적 코드로도 읽혀질 수 있는 작품이다.

 

5. 왕의 슬픔 / 최준석

일찍 중앙문단에서 인정받고도 오랫동안 활동을 접었던 작가의 남다른 재능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일찍부터 형성된 특유의 이국적인 감각이 작품 전반에 걸쳐 여과 없이 드러난다.

스페인을 무대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심플한 에피소드에 철학적인 우화를 이국적인 필치로 엮은 구성이 주요 감상 포인트이다.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한 작가의 서정적이면서도 다채로운 문체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집 전반에 걸쳐 최근 현대문학의 트렌드에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6. 말리꽃 / 선민

전작인 소설동창회의 첫 작품집인 《나의 인어왕자에게》의 표제작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 고유의 로맨틱한 감성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짝사랑했던 남자와의 사랑을 위해 타임슬립을 시도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말리꽃에 얽힌 전설로 풀이한 작품이다.

시적이고 동화같은 작품을 쓰고자 했던 작가의 열망이 잘 드러나는 결 고운 작품이다. 보편적인 주제인 사랑을 다루는 데 있어 동화적 전설이 타임슬립이라는 현대적 소재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구성이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7. 천재의 특권 / 칼사비나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며 서로를 질투해 온 두 친구의 마지막 만남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서로가 살아온 삶이 결국은 상대가 열망했던 삶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서 현대인의 삶 가운데 자리한 아이러니를 신랄하게 꼬집은 작품이기도 하다. 주인공의 아내에 대한 의혹이 마지막까지 의문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긴다. 단순하되 식상하지 않은 전개 방식이 특징이다.  

  

8. 1퍼센트의 연인 / 이제미

대구디지털진흥원 주최 대구스토리랩 공모전 수상작이다. 단연 작품집 전체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이다. ‘기억 삭제 업체’라는 기상천외한 SF적 소재를 현대인의 치정 문제에 엮어 대담한 표현 방식으로 풀이해 낸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심리적 문제를 참신한 방식으로 다루었다는 점이 주요 감상 포인트이다. 충격적이고도 씁쓸한 반전과 그 반전에 대응하는 주인공의 태도가 짙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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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3/25 [06:26]  최종편집: ⓒ 데일리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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