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정을 들고 경기도지사 도전에 나선 남경필은 100% 대권을 위한 포석”이라고 말하는 박상철 원장.     © 이종성 기자

경기연정, 도민 동의구하지 못하고 시작한 점 아쉬워
연정2기, 충분한 협의 후 탄탄한 연정계약서 작성해야
경기연정은 야당이 끌려간 것...성공위해 야당의 역할 커

연정(聯政)은 어느 날 갑자기 정치판에 등장한 생소한 단어다. 연정은 연합정치의 줄임말이다. 총선 이후 여소야대의 3당체제로 20대 국회가 출범했다. 자연스럽게 정치권에서는 연정이 화두가 됐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도 이제 연정이나 협치가 필요한 시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기도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 이후 연정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원장을 만나 연정이 무엇인지 또 경기도에서 실시하고 있는 경기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정에 대한 정확한 자각필요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연정의 아이콘이 됐다. 중앙정치의 필요성을 지방정치에서 먼저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도백으로서는 최고가 아닐 수 없다.”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원장이 밝힌 남 지사의 연정평가다.

박 원장은 특히 20대 총선 후 전국적인 정치 아젠다가 협치인 만큼 남 지사에게 경기연정은 엄청난 호재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야당을 궁지에 몰아넣는 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연정을 끌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남 지사가 대권주자로서 떳떳한 꼬리표를 달려면 놀라울 정도로 연정을 기본원칙에 맞게 수행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박 원장은 "한국에서 연정을 통해서 줄 수 있는 힘은 헌법을 바꾸지 않아도 실제 정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경기연정 1기에 대한 평가로 스타트 했다는데 의미를 뒀다. 하지만 2기는 제대로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연정에 대한 정확한 자각을 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자각을 놓치는 순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왕 한 김에 제대로 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협의 없었던 ‘연정’

“경기연정의 시작은 남경필 지사 공약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의회에서 소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정이 선택됐다.”

박 원장이 설명하는 경기연정의 등장배경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원장은 "경기도 연정은 의문점이 많다"며 "안했으면 어땠을까? 차라리 더 나았을 수도 있지 않았나? 과연 연정을 해서 성과가 무엇인지 등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연정 탄생에 대해 박 원장은 "차라리 남경필 지사는 남 지사대로 소신정치를 하고, 야당은 야당답게 견제를 하는 것이 경기도를 위해 훨씬 나은 결정이 아니었나?”하는 의문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정과정에서 무기력한 야합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정으로 인해 무상급식의 경우 여야 합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것이 연합정치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이 지적하는 경기연정의 가장 큰 문제는 급조였다. 박 원장의 지적처럼 경기연정을 시작하기까지 경기도와 도의회는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경기연정 합의문이다. 합의문은 20개 조항으로 A4용지 한 페이지 반이었다.

박 원장은 이 부분에 대해 “경기연정은 확실한 협의가 안 됐다”고 해석했다. 

박 원장의 이 같은 해석은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오랜 기간 연정을 해온 영국이나 오스트리아는 내각제를 하는 유럽의 국가들은 3개월이나 6개월 동안 협의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 간에 구체적인 정책연합을 하면서 협의서를 작성한다.

독일의 경우도 경기연정과 비교가 된다. 독일의 대연정 같은 경우 연정합의서만 185페이지다. 교육 분야는 어떻게 하고 방송 분야는 어떻게 하며 모든 분야의 정책에 대해 합의를 보고 누가 이것을 맡으며 하는 기본 원칙까지 꼼꼼하게 정한다.

박 원장이 경기연정에 대해 ‘경기연정은 처음부터 아주 미흡한 정도가 아니고 졸속에 불안한 연정의 출발이었다"고 꼬집는 이유다.

“연정은 같은 당 끼리도 의견충돌이나 불협화음이 나온다. 하물며 정치색이 다르고 정책이 다른 세력이 만나는 일이다. 정확한 원칙을 협의하는 일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경기연정은 그 기본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

연정 제안한 남경필과 야당

경기연장의 등장은 2014년 6·4지방선거 때다.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는 연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통령제인 우리나라에서는 신선한 제안이었다. 지방정부 단위에서 연정은 세계적으로 없다. 중앙에서 연정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지방에서 연정을 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남 지사는 야당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에 연정을 제시했다.

선거결과 도지사는 새누리당. 도의회는 야당이 장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 지사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박 원장은 이에 대해 "야당의 협력 없이는 도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연정을 제안한 남 지사가 작은걸 내주고 큰 걸 얻었다“고 평가했다.

박 원장은 따라서 남 지사의 연정제안에 대해 공약보다 자신의 정치이미지를 챙기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했다. 

다시 말하면 경기연정은 야당이 끌려간 것이며 당시 연정이 뭔지 몰라 경기연정의 출발은 ‘원시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 ‘경기연정 평가 및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는 박상철 원장.     © 이종성 기자

남 지사 연정은 ‘대권’ 포석

"남 지사가 던진 연정이라는 공은 스트라이크 공이 아니었다. 볼을 던졌다. 그런데 야당이 그 볼을 친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볼을 쳐야 홈런이 나올 확률이 커지는 데 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박 원장의 이 한마디는 경기연정에 대해 잘 설명되고 있다. 결국 남 지사가 대권 포석용으로 연정을 던졌다는 얘기로 해석가능하다. 

박 원장의 이해하기 쉽게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는 후보라면 도정을 위해 출마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다.” 박 원장은 남 지사의 도지사 출마는 대권을 향한 내디딤임을 강조했다.

국회의원 5선을 한 사람이 경기도지사에 나갈 때는 의례히 대권을 위한 교도보로 출마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박 원장은 “특히 연정이라는 것을 끼어서 도지사에 도전한 남 지사의 경우는 100% 대권을 위한 포석”이라고 확신했다.

경기연정 도민 의견 없어

박 원장이 경기연정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남 지사의 대권포석이 아니다. 바로 경기연정에 도민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도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부분을 지적했다.

“연정은 정치결정에 대한 변경이기 때문에 합의를 해야 한다. 경기연정에는 그것이 전무한 상태다. 지금도 남 지사의 연정이 ‘가짜 연정’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다”

그렇다면 경기연정에 대해 도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경기연정에는 바로 그런 의문이 없다.

"지방선거에서 경기도민은 도의회 야당에 힘을 실어 줬고 도정을 책임지는 도지사는 남 지사를 선택했다. 이 결과가 연정을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석했다.

박 원장은 따라서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에서 한 번도 안 해본 연정을 하려면 도민의 의사를 물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도민의 의사를 묻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여론조사를 실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대연정을 할 것인지 소연정을 할 것인지 계속해서 여론조사를 해서 평가를 한다"고 덧붙였다.

경기연정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은 이어졌다. 연정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써먹는 점이다.

박 원장의 지적대로 경기도는 연정이 난무하다. 남 지사가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만났을 때도 연정이라고 하고, 최문순 강원지사를 만날 때도 강원도와 경기도의 연정이라고 했다.

박 원장은 이 점을 꼬집었다. “파트너로 정책협의를 본 것이 아니라면 연정으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연정의 개념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연정은 여야가 정치를 합쳐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민의 의사를 물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다. 그런 것 없이 아무 곳에서 연정을 붙이면 그것이 바로 연정을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써먹는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연정 성공 야당 손에

박 원장은 야당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경기연정은 야당이 당원의 동의없이 부지사라는 직책 하나를 얻기 위해 정책합의를 해준 것으로 경기도민이 외면된 것처럼 당원 역시 소외된 협의다” 박 원장은 따라서 야당은 여당과의 연정에 있어 반드시 당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 역시 독일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우편투표를 통해 당원의 의사를 묻고, 당원의 동의를 얻어야 연정이 시작된다. 그래야만 어떤 연정과 정책연합을 해도 국민들이 따라준다" 경기연정을 놓고 야당에서 말이 많은 것은 바로 당원의 동의가 빠졌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여당보다 오히려 친정인 더민주가 더 피곤했을 것"이라며 동의가 없는 연정의 어려움을 대신 전했다.

경기연정 2기의 방향은?

박 원장은 경기연정 2기에 대해 기대감을 내비췄다. 이를 위해 깊이 있는 협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정책연합을 할까? 그리고 직책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정확하게 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영국과 독일의 경우 협약서 내용이 아주 상세하다. 도 정책에 대해 합의를 본 것인데 당연한 일이다. 집을 살 때도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등 뒤져보고 발품을 판다. 하물며 도정을 함에 있어 연정계약서는 정확히 써야한다.”

또 "지금처럼 느슨한 형태의 방관자적으로 잘돼야 할 텐데 이런 자세는 경기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파트너십도 정확하게 재정립해야 한다"며 "연정을 남경필과 더민주와 하느냐 남경필 및 새누리 도당과 하느냐 이것도 정립이 필요하다. 따라서 경기연정의 제도화 및 확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당은 남 지사가 연정을 끝까지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경기도 연정이 자리를 잡으려면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경기연정이 야합으로 남경필의 종속적인 형태 아니냐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야당이 제 몫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지금의 경기연정을 1.5연정이라 했다. 발전을 위해 자체 자아비판을 할 때임을 강조했다.
또 지방정치는 중앙 정당정치를 그대로 받아들일 때가 아닌 만큼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소연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