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청 예산담당관실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경기420공투단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하 420공투단)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13일 경기도청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소통을 요구하며 예산담당관실을 점거했다. 그렇게 시작된 점거농성은 32일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농성은 경기도청뿐만이 아니었다. 남경필 지사가 가는 곳이면 찾아가 농성을 벌였다. 그렇게 지루한 농성은 6월13일 풀었다. 농성을 푼 이유는 경기도가 420공투단의 10대 요구안(29개사업)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32일간의 경기도청 점거농성이 남긴 뒷 이야기를 취재했다.

경기도, 동전 뒤집듯 협의내용 뒤집어...분노폭발
울분으로 시작 32일 장기농성 될 줄 꿈에도 몰라
장애인이동권 보장확대 등 8개 사업 올 추경반영

도지사의 면담거부가 촉발

경기420공투단은 장애인의 5월13일 경기도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했다. 기자회견 10여일 전 남경필 경기도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기자회견 당일 도지사 면담은 거부됐다. 도지사 면담 대신 담당 국장과의 면담을 하라는 것. 그것도 당일도 아닌 주말과 휴일을 지나 월요일 하겠다는 것.

▲ 경기도청 진입을 시도 하고 있는 경기420공투단

일방적인 통보였다. 경기420공투단은 분노했다. 사태가 급변했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기자회견 후 예산담당관으로 밀고 들어갔다. 처음부터 계획 된 것은 없었다. 

경기420공투단이 원한 것은 남 지사와의 면담이었다. 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이렇게 32일간의 경기도청 점거농성이 시작됐다.

경기420공투단은 도청 점거농성이 32일 동안 장기적으로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2~3일 정도면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점거 당일 예산담당관실 복도에서 복지과, 예산담당관실, 교통정책과 등 부서별로 면담을 했다. 면담은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 경기420공투단이 경기도청 예산담당관실 복도에서 담당자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서로 협의하고, 프린트하고, 보고하고 다시 협의를 진행했다. 다음날도 면담은 이어졌다.

이렇게 협의 한 것을 다음날 경기도가 입장을 뒤집었다.

경기420공투단 관계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다음날 와서 그런 얘기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며 "무슨 동전 뒤집듯이 확 바꾸는데 정말 황당했다. 말도 못하게 배신감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후 경기420공투단은 두 번째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도가 대화를 거부한 채,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후 농성은 더 강해졌다. 또 경기도 사회시민 단체를 비롯한 37개 단체는 도의 말 바꾸기에 대한 배신감 느꼈다. 오히려 똘똘 뭉쳐 점거농성에 동참했다. 또 점거농성에 자발적인 후원도 했다. 본격적으로 농성에 들어가면서 청사 안에서 숙박 숙식을 같이했다.

5월13일부터 예산담당관실은 업무가 마비됐다. 사무실 내부가 많이 혼란스러웠다. 경기420공투단이 점거를 하면서 6시 이후에 직원들 모두 사무실을 나갔다.

경기420공투단 관계자는 "첫날과 다음날 가장 우스운 상황이 발생했다. 일반 민원인은 출입을 시키면서 우리는 출입을 통제했다"며 "휠체어를 타고 있으면 다 막은 것이다. 경찰과 공무원이 다 막았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인들이 더욱 화가 났다. 진입을 시도하면서 유리가 깨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또 출입문에 대한 지적도 했다. 경기도를 대표하는 도청 문이 자동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없어 자동문이 아니면 출입이 어렵다는 것. 그래서 자동문으로 개보수 요구를 하기도 했다.

경기420공투단은 점거농성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남 지사와의 면담거절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결국 남 지사는 점거농성 중인 이들을 찾았다. 하지만 실망했다. 남 지사는 농성을 풀 것 만을 요구했다. 농성을 먼저 풀어냐만 면담에 응하고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420공투단은 남 지사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경기420공투단은 남 지사에게 공문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 지사는 이를 거절했다.

남경필 집 찾아 귀국 환영회(?)

불통을 겪으면서 경기420공투단은 남경필 따라잡기에 나섰다. 6월11일 남 지사의 집 앞으로 찾아갔다. 집회신고도 했다. 이날은 남 지사가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었다.

이날 오후 6시께 남 지사가 나타났다. 지난번 농성장 방문 때와 똑같은 애기를 했다.

“일단 농성을 풀고 나가라 나가면 협상을 하겠다”

경기420공투단은 이 역시 믿지 어려웠다. 남 지사는 집 앞 시위현장에 모인 시민들 앞에서 약속을 한 것이니 안 지키겠냐고 반문했다.

경기420공투단 역시 절박했던 만큼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 남 지사가 시민들 앞에서 그렇게까지 얘기를 했는데 믿어보자고 내부적 결정이 이날 있었다,

경기420공투단 남 지사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1박 2일 농성을 벌였다.

교회목사의 중재로 일요일 예배를 마치고 인근의 보건소에서 면담을 했다. 다시 면담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 자리에서 남 지사는 “직원이 결재를 올리니 결재를 할 뿐이지 어떻게 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며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에게 넘겼다”는 말을 했다.

이에 대해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남 지사가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 모든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는 입장만 전했다.

남 지사와 부지사가 서로 핑퐁게임을 하고 있다는 오해 속에 더욱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 6월 13일 오후 경기420공투단이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와 더민주 김현삼 대표 등과 협의를 마치고 32일 간의 경기도청 점거 농성을 마친다고 발표하고 있다.     © 이종성 기자

논의 약속 받고 점거농성 풀어

경기420공투단은 지난 6월13일 32일 간의 경기도청 점거농성을 풀었다.

경기420공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도가 10대 요구안(29개사업)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약속해 점거농성을 푼다고 밝혔다.

경기420공투단은 경기도와 합의를 통해 경기도 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이동권과 생존권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여의도 이룸센타에서 단식을 한 이도건 경기420공투단 집행위원장.

하지만 최종 합의 전 까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진행 중인 이도건 집행위원장의 단식은 멈추지 않는다고 말해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오후 5시 경기도 장애인차별철폐 10대 요구안 협상 1차 논의 진행됐다. 2차 논의는 14일 진행됐다.

무리없는 협의가 진행되면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단식을 하던 이도건 집행위원장도 단식을 풀었다. 그리고 경기도와의 협의에 직접 나서기 위해 몸을 추스렸다.

이도건 집행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김현삼 대표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그러나 소관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의 무관심하고 미온적이고 무성의한 대처가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의 지적은 이어졌다. 연정의 구조 속에서 약자를 대변해야 하는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가 연정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의 논의에 대해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 하는 등 성실하게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32일간 점거농성의 결과는?

경기도는 6월21일 장애인 이동권 보장 확대 등 8개 사업 9건을 올해 추경에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6월20일 도와 경기420공투단은 장애인 복지사업 지원확대에 합의했다.

도는 특별교통수단 및 저상버스 도입 확대, 중증장애인 생활지원센터 지원확대,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지원 등 8개 사업, 9건의 예산을 추경에 반영하기로 했다.

도는 올해 615대까지 늘리기로 했던 특별교통수단을 140% 수준인 781대(166대 증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 말 기준 운행 중인 도내 특별교통수단은 538대다.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10%를 도비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24시간 365일 운행, 시내버스 수준 요금, 시군 간 이동 등 ‘광역이동 기준’을 만족하는 시군에는 운영비를 추가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할 계획이다.

현행 1대 당 250만 원인 저상버스 운행손실 보조금 적자분은 500만 원으로 100% 인상하기로 했다.
저상버스 추가 도입은 시군 수요조사를 통해 국비 지원이 확정될 경우 도비와 시군비를 매칭해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는 “이번 합의안을 비롯해 중장기적인 대책들이 제도권 안에서 성실히 이행돼 도내 장애인 권익이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32일간의 투쟁으로 소통을 이끌어 냈다. 또 막판소통으로 합의안을 받아낼 수 있었다.  

경기도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일지

5월13일:장애인 차별철폐 남경필 경기도지사 규탄 기자회견-경기도청 예산담당관실 점거 농성 시작-예산담당관 등 실무자들과 1차 협상

5월14일:남경필 도지사 수원사 방문시 피켓시위-기획조정실장, 예산담당관, 집행위원장 면담-일부 실무부서와 2차 협상

5월16일:경기도청 점거농성 4일차 기자회견-사회통합부지사 피켓 시위-남경필 지사 연정 국회 토론회 기습 피켓 시위

5월17일: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쟁취를 위한 집중 결의 기자회견

5월19일:사회통합부지사 수원 누림센터 행사 피켓 시위-남경필 지사 고양 킨텍스 행사 피켓 시위-경기도의회 김현삼 더민주 대표 면담, 도의회 중재 동의

5월20일:사당역 4번 출구 앞 수원행 광역버스 7770번 버스 점거농성 "경기도 장애인 생존권 보장하라"

6월3일:이도건 경기420공투단 집행위원장 수원역 육교 고공 농성"경기도 장애인 차별 철폐하라"

6월7일:이도건 집행위원장 이룸센타 유리처마 단식농성 시작

6월8일:장애인 생존 무시하는 남경필 지사 규탄 1박 2일 전국집회

6월11일:남경필 도지사 귀국 환영회(남 지사 집 앞 집회)

6월13일:경기도청 점거농성 해지

6월14일~17일 TF 1차 협상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