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야자폐지와 경기꿈의대학 정책을 밝히고 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작...기대보다 우려 더 많아
D. E등급 대학이 꿈의대학으로 변신(?)해 지원받아
야자.석식폐지 후 급히 꿈의대학으로 학생유도 ‘부실’

경기도교육청의 ‘경기꿈의대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자기 주도적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경기꿈의대학'이기에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기다렸다. 지난 10일 개강한 경기꿈의대학. 그 결과는 우려 쪽에 무게감이 실렸다. 첫날부터 혼선이 빚었기 때문이다. 일단 지원율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동안 지적받아온 학생들의 안전과 이동거리 등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강의를 받아야하는 대학 가운데 일부대학이 부실대학이란 점에서 논란은 가라않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말 그대로 꿈의대학이다. 학생들의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에 꿈에대학에 대해 거는 기대는 크다. 부족했다는 준비과정에서의 무엇이 문제인 지 경기꿈의대학을 짚어봤다.

부족한 준비...시작부터 삐걱

4월10일 개강한 경기꿈의대학이 시작부터 혼선을 빚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로부터 외면도 받았다. 경기도내 고등학생 4.5%만이 신청했다. 이는 도내 전체 고등학생 43만8000여명 중 1만9788명만이 참여한 수치다. 당초 도교육청이 예상한 3만75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개장 첫날의 풍경을 살펴보면 그 이유가 짐작된다.

경기꿈의대학이 개강한 첫날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학생들은 7시부터 시작하는 강의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저녁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일부는 패스트푸드로 또 일부는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면서 출석했다.

대학에 대한 안내도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신청한 대학을 찾아 가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먼 곳의 대학까지 이동에 대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이 역시 제대로 된 안내가 부족하다 보니 지각이 속출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학도 준비가 부족했다. 정문에서 강의실까지 안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은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강좌를 듣다보니 감독에 있어 어려움이 나타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학교 주변의 유해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문제도 발생했다. 또 대학 내 흡연에도 무방비로 노출됐다.

당초 지적됐던 문제들에 대해 도 교육청 관계자는 "관심을 가지고 관계자에 협조를 요청하겠다"며 "기본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들은 꿈의대학을 준비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해결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앞으로 더많은 고등학생들이 경기꿈의대학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근본적 대책마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경기꿈의대학 탄생배경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취임2주년기자회견을 통해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에서 학생들을 해방시키겠다"며 야자폐지를 선언했다.

이 교육감은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들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창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학교의 공교육을 통해 학력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을 정상화하는 한편, 학생자신이 스스로 선택하는 자율적인 성장의 과정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감은 이어 "대학들과 연계해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와 관심분야를 스스로 찾고 자신의 미래를 열어 갈 수 있도록 ‘예비대학 교육과정’ (가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교육감이 밝힌 ‘예비대학 교육과정’이 경기꿈의대학인 것.

다시 말해 경기꿈의대학은 경기도교육청이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면서 대체해 만든 비교과 활동 프로그램이다. 학교라는 공간에 얽매여 밤늦게까지 시험공부에만 몰두하는 대신, 대학에서 강의를 들으며 학생들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자기 주도적으로 개개인 삶의 목표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의대학 추진의 취지다.

당시 파장은 컸다. 교육계, 정치권 등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강행했다. 그리고 경기꿈의대학은 드디어 문을 열었다. 

꿈의대학은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준비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통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의회 방성환 의원은 "학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와 충분한 소통없이 진행되는 것은 교육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교육행정"이라고 비난했다.

경기도의회 이동화 의원은 "야자와 석식폐지는 결국엔 이 교육감의 역점 정책인 경기꿈의대학으로 아이들을 유도하기위한 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야자폐지로 아이들이 스스로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학습권을 박탈하고 밖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석식폐지로 아이들이 저녁을 패스트푸드나 편의점에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꼬집었다.

학부모들도 이 부분에 대해 염려가 크다. 학부모 A씨는 "아이가 매일 저녁 비용을 가져가지만 대부분 편의점 음식을 먹는다고 들었다. 어쩌다 한 두번은 모르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육감은 "아이들도 늘 똑 같은 석식보다는 패스트푸드나 삼각김밥도 먹을 수 있고 여러 가지를 스스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궁색한 해명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꿈에대학에 대한 기대감도 없지 않다. 다만 도교육청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철저한 대책을 세우고 검증관리를 통해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메이커 시대의 3D 프린팅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 이해 강좌가 열린  10일 강의모습.

 경기꿈의대학 내용은 어떨까?

경기꿈의대학은 경기도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대학에서 원하는 강좌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도내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인문사회, 자연과학, 공학, 예체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등학생을 위한 맞춤형 강의가 진행된다.

교육방식은 학생 스스로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는다. 평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학점을 기준으로 1학기 10회 수강한다. 학생들은 야간자율학습 대신 3개 강의까지 선택해 수강이 가능하다. 교재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도교육청에서 부담한다.

강좌는 지역 거점기관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거점형 강좌가 276개, 학생들이 대학 강의실을 찾아가는 방문형 강좌가 543개 개설됐다.

경기꿈의대학 첫 출발은 미비하다. 수강신청 접수 결과 1만9788명(거점형 6717명. 대학방문 1만3071명)이 신청했다. 예상을 밑도는 수준이다.

1차 수강신청 시 강좌당 20명 미만, 2차 수강신청 시 강좌당 10명 미만 기준을 채우지 못한 300여개 강좌는 폐강됐다.

강좌분야는 인문사회, 자연공학, 예체능으로 나뉜다. 교육청이 소개한 주요강좌의 제목으로는 <영국에 영어는 없었다. 영어와 프랑스어의 언어전쟁>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고려이야기:10가지 주제로 알아보는 고려의 역사와 문화> <항공기 모델 제작 실습을 통해 비행 원리이해> <음식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와 인문학 상식> <모네의 정원에서 배우는 식물탐구 및 디자인> <영화 등 미디어콘텐츠를 통해 본 컬러의 상징석 분석> 등이다.  

학생들의 관심이 쏠린 강좌는 ‘성공적 교사로 가는 길’ ‘시뮬레이터 실습을 통한 미리 하는 조종사 체험’ ‘간호대학 교육과정 체험과 미래 전망’ 등 진로.직업과 연관된 강좌들이다. IT.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강좌도 강세를 보였다.

사회과학, IT, 의학간호약학 계열의 강좌도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이들 강좌는 강의수를 늘려 총 27개 강좌가 추가됐다. 도 교육청은 최소 10명 이상 신청한 강좌만 최종 개설했다. 40명이 넘으면 강좌를 분리했다.

이재정 교육감이 ‘9시 등교’에 이어 시행하는 파격적인 ‘꿈의 대학’ 정책, 호평을 받고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아니면 혹평을 받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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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 김명화 기자사진4경기꿈의대학에 ‘2015년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과 E등급을 받은 대학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경기꿈의대학’에 부실대학 참여?

도교육청-프로그램 달라, 미흡하면 참여 제한
도의회-경영부실 대학에 학생 보내는 것 문제

경기꿈의대학에 가장 큰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은 대학선정이다. 꿈의 대학에는 수도권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등 77개 대학 86개 캠퍼스가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학 중 ‘2015년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과 E등급을 받은 대학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은 정부재정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도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E등급의 경우는 정원감축, 국가장학금미지급, 학자금대출제한, 폐교심의대상으로 분류되는 등 부실대학으로 관리대상이 되는 대학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이 같은 분류가 무색했다. 정부가 재정지원을 끊고, 하물며 폐교까지 고려중인 대학에 경기도교육청이 지원을 하고 나선 것이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로부터 D. E등급을 받았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염두에 두지 않고 사업진행을 강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이들 대학에서 강좌가 예정대로 운영된다면 1개 학교당 1억8000여만 원을 지원하게 된다. 정부도 외면한 부실대학에 경기도교육청이 꿈의대학이라는 명분아래 혈세를 지원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이들 대학은 도심에 가까운 대학도 있어 부실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등하교 편리성으로 인해 학생지원에서 유리한 입장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도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과 E등급을 받은 대학은 ?D+급에는 K대(세종), Y대(안양), P대(평택), E대(성남), J대(고양) 등이 있으며 ?D- 등급으로는 S대(수원) 그리고 ?E 등급에는 S대(화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조승현(김포1) 의원도 "꿈의 대학에 참여한 86개 대학 가운데 7개 대학이 입학·회계 부정, 교수 미충원 등으로 부실대학으로 지정됐다"며 "이런 대학에 학생들을 보내는 것은 문제"라고 따졌다.

하지만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다른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 교육감은 "꿈의대학 프로그램은 대학자체보다는 대학이 추천한 강사와 도교육청이 함께 진행해 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관련 대학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 미흡하면 향후 참여를 제한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부실대학이지만 대학의 장소를 활용하는 것이고, 강사는 대학추천강사와 교육청이 정한다는 것으로 부실대학과 꿈의대학 간의 거리감을 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교육감의 말처럼 대학은 강의실과 강사 등을 제공한다. 도육청은 강사비와 운영비 등 예산 지원과 전체적인 강좌 관리를 한다. 서울 등의 대학에선 강사진을 파견해 도내 도서관이나 학교 등 거점시설에서 강의한다. 경기도내 소재 대학은 학생들이 직접 대학을 방문해 강의를 듣게 된다. 따라서 경영상 부실대학이라고 꿈의대학이 되지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부모는 물론, 교육계 관계자들까지 부대대학이 꿈의대학에 참여해 도교육청의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