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경기도의회 의장실에서 남 지사가 정기열 의장, 강득구 연정부지사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최호 자유한국당 대표의원, 최춘식 국민바른연합 대표의원과 논의를 통해 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에 대한 동의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과거인물 자주 등장 인재풀 바닥났다 지적도 있어
도민 위한 협치를 위해 폭넓은 인재고용 실천해야
정관수정 재선위한 인재발탁이란 의혹 받고도 강행 

대한민국에 사람이 이렇게도 없나? 출범 후 8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 그러나 내각구성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르고 골라 내놓으면 청문회에 가기도 전에 구설수에 오른다. 오죽하면 청문회 규정을 바꾸니 마니하며 말들이 많다. 결국 일부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면 정면 돌파를 선택한 문재인 대통령. 여야 협치는 물 건너간 형국이다. 경기도 역시 산하기관의 인사문제로 시끄럽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연정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출범했다. 협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하기관장 임명 때 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경기도 역시 인사가 협치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과연 대한민국은 물론 경기도에 인재가 없는 것인가? 경기도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인물난’이란 말이 들리고 남 지사의 인재풀이 바닥났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지 속내를 들여다  봤다.  

남경필, 인사에 발목잡혀 주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갈 길이 바쁘다. 남 지사는 대권도전 외유를 마치고 도정에 복귀했다.

남 지사는 복귀일성으로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앞으로 1년이 정치생명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도정 성과가 그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새로 임명된 산하기관장이 김 지사의 발목을 잡는 일이 발생했다. 바로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통합해 1월1일 출범한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초대 기관장인 김진현 이사장이 갑질과 공금유용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

과학기술처 장관 등을 지낸 김 이사장은 남 지사가 공들인 인물이다.  기구가 확장된 자리에 걸 맞는 인사를 위해 낙점한 인물이 바로 김진현 이사장이다. 그러나 이해하기 쉽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김 이사장 취임 2개월 새 여비서 3명이 해고되거나 그만뒀다. 이를 두고 김 이사장은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진흥원은 인력업체를 통해 김 이사장의 여비서를 고용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그만뒀다. 같은 업체를 통해 지원받은 다른 여비서도 하루도 안 돼 퇴사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 번째로 또 다른 비서가 채용됐지만 역시 15일 만에 사직서를 던졌다. 김 이사장의 여비서 세 명이 석 달 만에 모두 그만 두는 일이 벌어졌다.

진흥원은 큰 문제가 없음을 시사했다. 영문 메일작성을 중요시한 김 이사장에 적합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본 주변의 시각은 다르다. 진흥원 노조는 김 이사장이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비서에게 고함을 지르거나 원고를 찢는 등 모욕적인 행동을 수차례 했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 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동안 3명의 비서가 교체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라는 것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 이사장의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과 해외출장에서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등 말들이 무성하게 터져 나왔다.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오른 김 이사장은 결국 사의를 표했고 남 지사가 이를 수리함으로써 낙마하고 말았다.

▲ 경기도시공사 노조가 지난 9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시공사 신임사장 임명철회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후에도 남 지사의 인사는 순탄하지 않았다. 경기도시공사 사장으로 내정한 김용학 내정자에 대에 경기도의회가 부적격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사노조와 경실련경기도협의회 역시 김용학 내정자를 반대하고 나섰다. 남 지사로서는 사면초과가 아닐 수 없다.

김용학 내정자는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 사장 퇴임 직후 직무관련 업체에 취업해 4년간 15억8000만원의 고액연봉을 받은 점 △해당 업체가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함께 특정사업의 공동사업시행자로 선정된 점 △전문성 부족 △헌법재판소의 탄핵판결 이후 태극기 집회에 적극 참석 등을 지적 받았다. 

연정을 실시하고 있는 남 지사에게 이 같은 지적들은 큰 부담감이다. 남 지사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경기도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남 지사는 경기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의회를 존중해 충분한 상의 후 결론을 낼 것"이라며 "도시공사의 리더십을 확립시켜, 도민의 행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남 지사는 지난 6월13일 도의회 의장실에서 박승원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최호 자유한국당 대표의원, 최춘식 국민바른연합 대표의원 등 3개 교섭단체 대표와 만나 김용학 후보자 임명에 동의를 얻어냈다.

결국 도의회의 동의를 얻은 남 지사는 김용학 내정자를 경기도시공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이 과정에서 남 지사의 인사검증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불거져 나왔다.

경기도의회 윤재우 의원은 "남경필 지사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과연 있기는 한지 궁금하다"며 "아니면 인사검증시스템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남 지사의 인사검증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다.

남 지사는 도의회와의 연정으로 인사청문을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기관장 선택에 좀 더 책임감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산하기관 인사 그 속내는?

대권도전이라는 외유 이후 갈 길이 바쁜 남 지사다. 곧 지방선거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재선도전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재선에 성공할 수 있는 탄탄한 발판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남 지사는 수원 팔달구(수원시병)를 기반으로 5선 국회의원을 했다.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출마해 제34대 경기도지사로 취임했다.

남 지사가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돌아갈 곳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남 지사가 5선을 했던 이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승리해 현역의원으로 있다. 게다가 남 지사는 바른정당 소속이다. 지역 민심을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제34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남 지사는 여소야대의 경기도의회를 타개하기 위한 한편의 방편으로 연정을 실시했다. 연정의 일환으로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실시했다.

하지만 남 지사의 산하기관장 인사는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는 남 지사의 인사에 저의가 있다는 말들이 많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선도전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도 있다.

지난 6월 12일 남 지사는 경기도일자리재단 신임 이사장으로 이영선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임명했다. 신임 이 이사장은 남 지사의 대선 캠프에서 경제자문 역할을 했다. 이 이사장 역시 인사청문회을 했다면 이사장 임명에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측근인사, 재선도전포석 등으로 말 폭탄이 쏟아졌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남 지사는 최근 이사장을 외부에서 민간전문가로 선발 할 수 있도록 정관을 수정했다. 일자리재단 역시 그전에는 당연직 형태로 도지사가 이사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이번 정관 수정으로 많은 변화가 있다. 일자리재단은 물론 또 다른 자리에 민간전문가를 발탁해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다시 말해 남 지사가 전문가를 근거리에 두고 직접 도움을 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따라서 일자리재단 이사장 임명을 시작으로 새로운 인물 영입이 용이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남 지사의 재선도전을 위한 인재기용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등용되는 인재가 경기도와의 연계성이 문제다. 과거정권에서 그리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경기도로 등용된다면 남 지사가 인물난에 직면한 상황이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박스]
경기도의회 정기열 의장 “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권, 원칙은 존중하지만 유감”

경기도의회 정기열 의장은 경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 임명에 대해 임명권 원칙은 존중하지만 유감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은 "남경필 지사가 경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을 임명한데 대해, 인사권자인 경기도지사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존중한다"며 "그러나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남경필 도지사가 인사권을 강행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시공사의 사장 공백으로 인한 도민의 불편을 우려하며, 대상자가 다소 흠결이 있더라도 당리당략보다는 도민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했다"고 김용학 사장 임명 동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의장은 "남경필 도지사와 김용학 사장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진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경기도시공사 노조에서 임명 전에 내정 철회를 요구했던 만큼 앞으로 조직의 화합과 단결도 숙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