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A는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B와 계약을 하고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하였는데 갑자기 B가 아파트를 팔지 않겠다고 하면서 계약금과 중도금을 돌려주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여 다른 사람과 이중으로 계약한 후 매매대금을 받고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한 상태였습니다. A가 아파트의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답변] 실제 거래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보통 아파트를 거래하는 단계를 보면 매수자가 아파트를 물색해서 마음에 든 아파트를 발견하고 계약을 하게 되는데 계약금만을 지급한 상태에서는 매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매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도금까지 지급된 후에 이중매매가 있었을 경우에는 어떤 법률문제가 발생하는가? 입니다.
부동산 이중매매란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 이전의 의사로서 제1매수인과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또는 잔금까지 지불된 상태에서 아직 등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이용하여 다시 제2매수인과 부동산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민법은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물권변동에 관하여 성립요건주의(민법 제186조)를 취하고 있어 제1매수인이 아무리 먼저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더라도 이전등기를 경료하지 않은 이상 소유권을 취득한 것이 아니어서 그 부동산을 다시 제2매수인에게 매도하고 그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면 제2매수인은 제1매수인과 상관없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즉, 이중매매라는 사실만으로 제2매수인으로의 이전등기가 무효이거나 제2매수인이 이중매매의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민사로 제1매수인은 매도인을 상대로 이행불능에 따른 계약해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민법 제103조에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부동산 이중매매가 위 규정과 같이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은 이중매매를 할 마음이 없었는데 아파트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제2매수인이 이미 제1매수인과 매도인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음을 알면서도 소유권 등기가 매도인에게 남아있음을 기화로 제2매수인이 매도인에게 이중매매를 적극 권유하여 등기함으로써 제2매수인에게 윤리적 비난가능성이 클 때 민법 제103조에 해당하여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도 “부동산의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되기 위해서는 매도인의 배임행위와 매수인이 매도인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행위로 이루어진 매매로서, 그 적극 가담하는 행위는 매수인이 다른 사람에게 매매목적물이 매도된 것을 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그 매도사실을 알고도 매도를 요청하여 매매계약에 이르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94.3. 11. 선고 93다55289 판결)
다만 부동산 이중매매가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미 제2매수인에게 등기가 경료된 상태라면 등기하지 않은 제1매수인은 아직 소유권자가 아니어서 직접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 청구할 수 없습니다. 제1매수인은 매도인을 대위해서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를 하고 매도인에게 매매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를 하여 등기를 경료하면 소유권을 취득하게 됩니다.
위 사례에서 매도인 B가 제2매수인에게 아파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준 경우에는 제1매수인 A는 매도인 B를 상대로 이행불능에 따른 계약해제권, 손해배상 등 채무불이행책임을 청구할 수 있고 제2매수인이 아파트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제2매수인이 매도인 B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이 인정된다면 그 행위는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므로 제2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다만 등기가 제2매수인 앞으로 경료되어 있으므로 제1매수인 A는 매도인 B를 대위하여 제2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하면서 매도인 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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