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경기도 복지여성실장, 칼럼니스트 이세정>

청와대 비서실이 전 김기식 금감원장의 과거 부당행위에 관한 판단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의뢰하는 등 일련의 인사대응 모습은 국민과의 공감의지 부족과 문제해결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다.

공무원이 상급 또는 전문기관에 질의서를 보내는 이유는 해당 문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의 부족으로 처리하기가 곤란해 자문을 구하거나, 스스로 처리할 경우 빚어질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고 사용하는 두 가지 경우이다.

공무원은 무책임한 질의를 지양하고 법과 도덕 그리고 사회적 통념에 따라 소신껏 업무처리를 해야 한다.

감사원도 공무원이 공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실에 대하여는 관용원칙을 취하고 있다.

청와대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한 것은 우리나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관들의 능력으로 충분히 판단할 수 있었던 사항이다.

특히 민정수석은 법조계와 조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아닌가. 특히 온 국민이 공분할 정도로 지극히 상식적인 사항, 즉,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 출장을 간 행위의 위법부당 여부가 질의에 포함된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감독의 위치, 즉 갑의 위치에 있는 자가 비서진들과 함께 피감기관, 즉 을의 위치에 있는 기관의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간 것은 – 출장 성격이 관광성이라는 문제는 차치하고 - 엄연한 부당 갑질 행위이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행정부와 산하기관이 제대로 일을 하는지, 국민의 세금을 헛되이 사용하지 않는지 감시하는 일이다.

이런 위치에 있는 자가 피감기관에게 신세를 진 상태에서 결산심사 등의 감독기능을 어찌 엄정하게 수행할 수 있었겠는가.

지방자치단체에서조차 감사공무원이 감사 직전, 감사 중, 감사 직후에는 피감기관으로부터 자장면 한 그릇도 얻어먹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피감기관으로부터 3천여만원을 받아 해외여행 한 것과 몇몇 기업에게 경제적 협찬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현 정부가 적폐청산의 제1호로 삼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사례가 액수만 다를 뿐 무엇이 다르겠는가.

더욱이, 다른 국회의원들도 (야당의원들도) 관행적으로 이런 행위를 해왔다며, 마치 솔로몬의 해법이라도 찾아낸 것처럼 당당한 모습으로 변명하는 대변인의 태도에는 말문이 막힐 정도였다.

2년 전 청렴 1등 국가인 덴마크의 국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의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었고 주차장도 아예 없었다. 

항공기도 예산절약을 위해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는 그들이 부러웠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청와대가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미흡한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금융정책 쇄신을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면, 계속 임명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억지를 펴다가 궁여지책으로 선관위에 공을 넘길 것이 아니라,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먼저 인물 등용에 대한 과오에 대해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공렴(公廉)이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은 이번 사건을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국가 청렴도와 번번이 국민의 질타를 받는 현재의 인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