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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사(캐나다 맥길대학교 지구 및 행성과학)...<캐나다-미국> 4,000km 자전거 여행기-5
황당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있고, 내 옆에 자연이 있어 더욱 즐거운 여행
 
이균 기자 기사입력  2021/08/11
▲ 긴 여행에는 적잖은 어려움과 황당한 일이 있지만 추억을 돌아보는 행복도 있다.  한 박사는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페달을 밟으며 목적지를 향해가고 있다.   © 한겨레

 

중학교를 마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아이. 그 이유는 입시 위주 한국교육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집안의 든든한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유학길. 그로부터 16년. 그동안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수많은 역경과 도전이 반복됐다. 그 주인공 ‘한겨레’ 양이 드디어 박사학위를 마치고 자전거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인생의 절반을 보낸 캐나다를 떠나면서 그동안 거쳐온 장소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 큰 나라를 직접 페달을 밟으며 돌아보고 천천히 인사를 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이 이번 여행의 동기”라고 말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미국 뉴멕시코주 Los Alamos>까지 4,000km를 홀로 달리며 생각하는, 또 하나의 경험. 자전거 여행 중 틈틈이 기록한 내용을 연재한다. 

 

너구리가 얼마나 똑똑한 지 당해보면 알아요

 

미국으로 넘어가는 가는 국경을 건너기 전, 캐나다에서 여행의 첫 2 주를 보내며 자전거 타는 것과 관련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다. 

 

일단 처음 3-4일 동안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도 무릎과 팔꿈치가 아프지 않도록 페달을 밟는 발의 위치와 핸들을 잡는 손의 위치를 조정했고, 하루에 적당한 라이딩 거리도 테스트 했다. 

 

약 100km도 달려봤고 150km까지 타 봤다. 그 결과  땅이 평평한 동부 지역을 지날 때 까지는  적어도 하루에 130km로가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구글 지도와 자전거 지도만을 믿고 들어가지 말라는 사인을 무시한 채 들어갔다가 5km 정도 되는 진흙탕과 자갈길 구간을 지나기도 했다.

 

자전거 뒷바퀴에 펑크가 나서 타이어 튜브를 교체하기도 했고, 캠핑장에서 텐트치고 자는 동안 너구리 가족에게 귀중한 식량을 모두 도둑맞는 일도 겪었다. 

 

정말 황당하고 놀라운 경험이었다. 너구리들이 찍찍이 줄 5개로 자전거에 고정한 가방을 일일이 다 풀어서 지퍼를 열고, 그 안에 있는 간식 포장지를 뜯어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어치우고 사라진 것이다. 

 

아침에 먹으려고 꺼내놓은 귀리도, 생강 캔디, 초콜렛, 그래놀라바, 블루베리 등… 모두 먹어 치웠다.

 

너구리에게 도둑맞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엄마가 멀리 한국에서부터 김치를 타파웨어통에 넣어 부쳐준 적이 있었는데 그걸  밖에 내놓았다가 너구리 놈한테 전부 빼앗긴 적이 있다. 

 

당시 너무 억울해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있다. 그때 너구리들이 영리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또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 날은 너구리들한테 식량을 깡그리 도난당한  덕분에 아침을 굶고 라이딩을 시작해서 점심때까지 빈 속으로 자전거를 타야 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에,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며 여행 중

 

내가 이 여행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굉장히 힘든 도전이 될거야’ 라고 말 했다. 그런데 나는 1주, 2주가 지나도 아직 지치고 힘들기는 커녕, 이 여행이 마냥 좋기만 하다. 

▲  한 박사는 자전거 여행을 하며 몸을 계속 움직이면서 자연과 호흡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번 여행이 그에게 힘들기 보다 신나는  일정일 뿐인 이유다.    © 한겨레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니, 나는  몸을 계속 움직이는 것, 자연을 느끼는 것,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반면, 도대체 어떤 부분이 이런 장거리 여행을 힘들게 하는 요인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육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체력에 무리가 가고 여러 부분의 통증이나 부상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첫째 일 것이다.

 

그 다음엔 잠자리, 비를 맞거나 땀이 났을 때 제대로 씻지 못하는 등의 불편함이 관여된 부분이라 짐작된다. 

 

정신적으로는, 장거리 여행의 특성상 그에 요구되는 꾸준함과 인내심에 한계를 느낄 수 가 있을 것이고, 또 본인이 계획했던 일정이 여러 변수로 인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받는 스트레스 등도 힘든 부분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을 느낀다. 육체적인 면에서는 사실 연골이 거의 닳은 무릎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매일 잘 관리하고 회복하는 노하우가 있다. (과거 축구에서의 부상과 재활의 경험이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육체적으로 조금 불편한 것들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자전거 여행은 모든 것이 다 충족 되어 있다. 

 

물, 화장실, 음식, 숙소 등, 도대체 부족한 것이 없다. 특히 내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 

 

정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도착점이 있으면 그곳에 언제까지 도달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그저 방향을 잡고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만 한다. 

 

그동안 다양한 경험이 이번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

 

예전에 인도-네팔 여행을 하면서, 버스로 28시간 걸릴 거리를  63시간이나 타게 되었을 때 조급함과 불안감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경험이 있다.

 

또, 히말라야에서 트레킹을 하며 20-30 분이면 도착할 것 같이 보였던 눈앞의 큰 산에 도달하는 데 2-3 시간을 걸으며 좌절감도 경험했다. 

 

이는 결국 내가 스스로에게 심은 기대감과 예상에 기반해서 나타난 것일 뿐이었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지역을 지나며 안전상 멈출 수 밖에 없었던 버스. 자기 모습 그대로 있던 커다란 산이 나를 기만했던 것이 아니었다. 

 

이때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나는 어떤 일에 있어서 그에 대한 예상과 기대보다는 그저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자전거 여행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정해진 거리를 타는 것을 목표로 삼아 그것을 채울 때까지 시간을 보며 열심히 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하게, 달리는 순간에 집중하고 즐기며 그저 자전거를 (안전하게) 오래 타는 것 뿐이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하루에 110km도 타고 130 km도 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자전거 여행이 ‘도전’ 또는 ‘힘든 것’으로 다가오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중략>

▲  한겨레 박사의 어머니 최인혜 소장(한국자치법규연구소)이 딸의 자전거여행에 대해 자신의 SNS에 올린 글.

 

난 이미 현재를 사는 법을 알고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 그것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이번 수천km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누군가에겐 가장 먼저, 상상도 못할 긴 거리를 자전거를 타고 가려는 도전이자 모험으로 보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여행은 현재를 즐기고 사는 법을 복습할 수 있는 기회로 가장 크게 다가온다. 

 

하루에 몇 km씩 총 며칠을 가서 몇 km의 거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몇 km가 되든, 이 여행을 하는 동안 내 자신과 자연과 사람을 만나고, 모든 상황에서 배우며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의미 있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연습해보는 시간으로 삼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이다 보니 이 여행은 힘들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여행이 되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목표를 이루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여행을 두고 굳이 성공과 실패를 따지자면 ‘성공’이라고 확신한다.

 

남은 여행 기간을 통해 더욱 더 나의 철학과 내공을 더 깊고 넓게 키울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한겨레’ 1988년생 (여)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캐나다 맥길대학교 지구 및 행성과학 박사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LANL) 포닥과정 8월 시작

*히말라야 트레킹 6번

*국토대장정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토론토에서 철인삼종

*키르키스스탄 오지탐험 (방송사 따라감)

*태권도 5단, 3급 사범자격증

*축구선수 

========================= 

한겨레 박사가 “자전거 여행에서의 일상을 보여드리기 위해 샘플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것은 캐나다 퀘벡 주 몬트리올에서 부터 미국 뉴멕시코 주의 로스 앨러모스 까지 저의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기록한 첫번째 영상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왔다갔다 하며 가끔 자막이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한겨레

 

“This is my first vlog for my bike trip from Canada (Quebec) to the US (New Mexico).

 

I go back and forth between speaking Korean and English, and subtitle is included sometimes. It is not perfect, but I hope you enjoy!” - Holly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sTzyvg9q2ak&fbclid=IwAR1FtmesQ18CblJQZNa29rbcv-jrvqg6VXViK5fxZPhCII060MHs3Ypm0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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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8/11  최종편집: ⓒ 데일리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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