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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사 (캐나다 맥길대 대학원 지구물리학)..<캐나다-미국> 4,000km 자전거 여행기-6
캐나다와 미국 사이 (2021년 7월10일- 7월11일)
 
이균 기자 기사입력  2021/09/29


중학교를 마치고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아이. 그 이유는 입시 위주 한국교육에 적응하지 못해서였다. 집안의 든든한 지원조차 받을 수 없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유학길. 그로부터 16년. 그동안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수많은 역경과 도전이 반복됐다. 그 주인공 ‘한겨레’ 양이 드디어 박사학위를 마치고 자전거 여행길에 올랐다.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박사 후 연구원(post-doctoral researcher)을 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다. 그는 “인생의 절반을 보낸 캐나다를 떠나면서 그동안 거쳐온 장소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고, 이 큰 나라를 직접 페달을 밟으며 돌아보고 천천히 인사를 하고자 하는 나의 마음이 이번 여행의 동기”라고 말했다. <캐나다 몬트리올>~<미국 뉴멕시코주 Los Alamos>까지 4,000km를 홀로 달리며 생각하는, 또 하나의 경험. 자전거 여행 중 틈틈이 기록한 내용을 연재한다.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포트 이리(캐나다 온타리오주)–버팔로(미국 뉴욕주)–이리(펜실베니아주)–코니엇(오하이오 주)

  

추억의 모교 NCC를 돌아보며

 

홀로 시작한 유학 생활 16년. 그동안 정들었던 캐나다와 이별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날, 마지막으로 나의 고등학교 모교인 Niagara Christian Collegiate (NCC)를 방문했다.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학교와 선생님, 스태프와 친구들을 만나 인사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2004년 유학 초기에는 심한 향수병과 벅찬 학업에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그 시기를 잘 지내고 나서 돌아보니 ‘나’라는 학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참된 교육을 제공해 준 NCC는 정말 좋은 학교였음을 깨달았다. 

 

NCC는 내가 힘든 일이나 도전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성장시켰다. 

 

NCC는 어떤 사람의 과거 행적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만하더라도 기회를 주는 학교다. 

 

무엇보다 그 사람이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고 기회를 준다. 스스로 옳다는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다.

 

나는 NCC를 졸업한 후 내가 받았던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그들에게 변화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주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나는 졸업 후에도 학교와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왔다. 2년 전 대학원생 신분이었을 때 드디어 내 작은 꿈이 이뤄졌다. 

 

내 이름으로 Holly’s fund라는 작은 규모의 장학금 재단을 만들게 되었다. 이때도 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니 이 나라를 떠나기 전 추억이 가득 서린 곳, 마음속 깊이 정이 든 곳,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까지 느끼게 하는 캐나다 생활의 첫 둥지 NCC를 방문하는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날은 로즈마리의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로즈마리는 고교시절 내가 지내던 기숙사 스태프였다. 지금은 귀중한 친구다.

 

드디어 자전거를 끌고 국경을 넘다

 

드디어 7월10일 아침, 로즈마리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캐나다-미국 국경인 Peace Bridge (평화의 다리)로 향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캐나다-미국 국경이 닫혀있는 상황이었기에 통행 차량도 없었고 다리는 한산했다. 

 

이런 다리를 혼자 덩그러니 자전거를 가지고 건너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맞기는 하는 건지 순간 의심이 들기도 했다. 

 

미국 쪽으로 향하면서 인생의 절반을 보내며 깊이 정든 캐나다를 떠나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 자전거를 타지 않고 끌면서 천천히 걸었다. 

 

다리 중간에 이르러 멈춰 서서 저쪽 편에 있는 캐나다와 반대편의 미국을 번갈아 바라봤다. 지난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상상했다. 

 

‘이제 학생으로서 캐나다는 정말 안녕이로구나, 참으로 긴 학업이었다. 처음에 왔을 땐 1년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그것이 벌써 17년 전이라니...’ 

 

제2의 고향이 된 캐나다를 뒤로하며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느끼면서 앞으로 갈 길을 잘 다져 나아가보자는 굳건한 다짐을 하며 걸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덧 다리를 다 건너 미국 땅에 넘어와 있었다. 

 

국경 사무소가 얼마나 한산했는지 직원들은 간식을 먹으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중 직원 한 명이 나를 담당해 입국심사를 했는데 놀랍게도 입국심사가 너무 간단했다. 

 

사실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뉴멕시코 주로 이사 가는데, 이 코로나 시국에 왜 자전거를 타고 가며, 가는 동안 어디에서 묵을 것인지 등 까다로운 입국심사 질문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단 한 가지 질문도 받지 않았다. 

 

미국 입국심사는 간단치 않은 것이 보통인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정부 산하의 국립연구소로 일을 하러 간다고 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이들이 할 일을 제대로 안 하는 건 아닌가? 궁금했다. 어쨌든 간단한 입국심사는 내가 불평할 일은 아니었다.

 

입국심사를 마쳤는데도 아침 7시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도 한산한 버팔로 시의 큰 차도로 나오니 자전거를 타고 미국에 온 것이 크게 실감이 났다. 

 

도로의 페인트칠한 모습과 표지판, 신호등, 전봇대, 보도블럭 등이 불과 15분 전에 있었던 캐나다 쪽과는 너무나 달랐다. 

 

울퉁불퉁한 길도 많아 조심히 천천히 자전거를 타야 했다. 허름한 집들과 동네를 지날 때는 뭔가 서늘한 느낌도 받았다. 

 

그렇게 긴장감을 느끼며 한 시간 정도를 달리고 나니 앞으로 일리노이 주까지 타고 갈 Northern Tier Trail에 들어서게 되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한적하고 오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Lake Erie)를 옆에 두고 달리는 아주 아름다운 길이었다. 

 

자전거 타기에 아주 수월하게끔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고 경사도 없이 평평했다. 덕분에 호수와 멀어지는 버팔로 시내의 빌딩들을 감상하며 마음 편히 라이딩을 했다. 

 

아침 6시에 출발해서 국경을 넘었지만, 버팔로에서 신호에 자주 걸리고 안좋은 도로 컨디션이 라이딩을 방해하는 바람에 오후 1시가 되어서도 약 50km 정도 밖에 못 탄 상태였다.

 

그러나 이리 호수 변으로 들어서면서 더 좋아진 날씨와 반짝이는 호수의 아름다움에 취해 110 km를 더 달렸다. 

 

즐겁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뉴욕 주를 지나 펜실베니아 주에 입성하게 되었다. 

 

하루 만에 자전거를 타고 캐나다의 온타리오, 미국의 뉴욕과 펜실베니아 등 세 개의 주를 거쳐온 것이다.

 

포도나무로 가득한 와인 농장도 실컷 보고 체리 농장을 지나면서 블루베리와 체리를 사서 배불리 먹으며 쉬기도 했다.

 

캠핑장에서 만난 미국인 가족들

 

다시 자전거에 올라타서 달리다 보니 Erie town 이라는 곳에 캠핑장이 있어서 멈춰섰다. 운 좋게 한군데 남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자리 옆에는 캠핑카를 타고 온 가족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의 간단한(?) 짐과 자전거를 보고는 호기심이 생겼는지 먼저 인사하며 음식도 권했다. 

 

처음 보는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거리감이 없었고 따뜻하고 다정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한다고 했을 때 캐나다에 있는 친구들이 많은 걱정을 했다. 

 

걱정 대부분은 미국인들의 과격함과 인종차별적인 행동으로 위협받을지 모를 나의 안전이었다. 

 

하지만 내가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그중 하나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좋고 나쁜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사람 사는 곳은 세계 어디든 다 비슷하다는 말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 인종 차별 주의자로 모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막상 미국에 오니 내가 미국에 있는 것인지 캐나다에 있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사람들이 정말 좋았다 (아직 미국에 들어온 지 만 하루도 되지 않긴 했지만). 

 

정든 캐나다를 떠난 날, 아쉬움은 아쉬움 대로 느낌과 동시에 앞을 보며 나아가는 하루, 앞으로 최소 2년은 살게 될 미국 땅에서의 새 출발을 알리는 경쾌한 ‘신호탄’ 같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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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988년생 (여)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물리학과 학사

*캐나다 맥길대학교 지구 및 행성과학 박사

*미국 로스앨러모스 연구소(LANL) 포닥과정 8월 시작

*히말라야 트레킹 6번

*국토대장정 (해남에서 임진각까지)

*토론토에서 철인삼종

*키르키스스탄 오지탐험 (방송사 따라감)

*태권도 5단, 3급 사범자격증

*축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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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사가 “자전거 여행에서의 일상을 보여드리기 위해 샘플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이것은 캐나다 퀘벡 주 몬트리올에서 부터 미국 뉴멕시코 주의 로스 앨러모스 까지 저의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기록한 첫번째 영상입니다. 영어와 한국어를 왔다갔다 하며 가끔 자막이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잘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 한겨레

 

“This is my first vlog for my bike trip from Canada (Quebec) to the US (New Mexico).

 

I go back and forth between speaking Korean and English, and subtitle is included sometimes. It is not perfect, but I hope you enjoy!” - Holly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app=desktop&v=sTzyvg9q2ak&fbclid=IwAR1FtmesQ18CblJQZNa29rbcv-jrvqg6VXViK5fxZPhCII060MHs3Ypm06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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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29  최종편집: ⓒ 데일리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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