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는 원본 그림을 사기에 부담스런 사람들에게 명작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대안이다.  실제 요즘 들어 웬만한 작가의 작품은 모두 판화로 나와 있다. 처음부터 판화로 만든 것이 아닌, 유화작품인데도 인쇄기술이 뛰어나 쉽게 판화로 재탄생한다.

오윤 작품의 경우, 판화인데도 작품가가 1천만 원이 넘는다. 김종학, 이왈종, 장욱진 등 판화작품 중에서도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작품들은 100만원 전후면 구입할 수 있다.

판화만으로도 이미 미술시장이 형성되어 가고 있다. 판화만 다루는 아트페어, 경매도 있다. 인사동에는 판화만 취급하는 갤러리가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서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초보 컬렉터들이 고가의 회화 구입에 앞서 안목을 높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문제는 주변에는 아직도 판화와 회화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분도 있다는 사실이다. 판화는 원판을 이용하여 똑같은 이미지를 여러 점 찍어낸 작품이다. 재질이 종이고, 자품 이미지 밖 여백에 연필 등으로 작가의 사인 등이 들어가 있는 것은 판화다.


           ▲ 김형근의 꽃바구니  ⓒ뉴스후

일반적으로 30점에서 300점 정도를 찍어낸다. 그림 전면 하단에 연필로 25/100이라고 적힌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작가가 똑같은 판화 작품을 100장 찍었는데, 그중 25번째라는 설명이다. 이것을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고 하며, 통상 ‘에디션’이라고 부른다.

이 에디션이 적은 것일수록 그 가치가 높다. 300장을 찍어낸 것보다는 100장을 찍어낸 것이 희소가치가 있으며, 그보다 10장만 찍어낸 것이 있다면 더 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회화작품을 원판으로 한 판화보다는 처음부터 목판이나 석판 등에 작업해서 찍어낸 순수판화가 더 비싸다. 이런 작품들은 많아야 10점에서 30점 정도만 찍는다.

판화작품중에는 하단에 에디션 대신 ‘A.P’라고 적힌 것이 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작품중 일부를 보관하기 위해 남겨둔 것들이다. 대개 한정판 100장을 찍었다면 그 10%인 10장 정도를 A.P로 찍는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도 실제는 시장에 나와 거래가 이뤄진다. 에디션이 붙은 것과  A.P와의 가격 차이는 없다.

초보자들이 겪기 쉬운 또 하나의 사례는 판화와 인쇄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똑같이 종이에 찍어낸 것인데 어떤 것은 ‘판화’로서 작품대접을 받고, 도 어떤 것은 ‘아트 포스터’라고 장식용 취급을 받는다. 일반 회화 작품을 흰종이에 찍어낸 작품은 시각적으로구분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그러나 간단한 판별법 한두가지만 알아도 망신은 면할 수 있다. 먼저 종이면이 반지르하면 인쇄물이다. 판화는 재질이 두툼하면서도 물감이 잘 먹을 수 있도록 약간 폭신한 느낌을 가지고 있으며 무광이다. 만약 재질에서 차이를 못 느꼈다면 작품 이미지 안에 작가의 사인이 있는지를 확인해보면 된다.

판화는 작품 이미지 밖 여백에 작가의 사인이 들어가야 하는데, 작품 안에도 그림 원화를 그릴 때 붙인 사인이 있다면, 그것은 이후에 누군가가 작품을 활용해 다시 찍어낸 것일 확률이 높다.

판화시장이 나름대로 형성되고는 있지만, 아직 틀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외국 유명화가의 카피본을 걸어두는 것보다는 국내 유명작가의 판화작품을 걸어두고 감상하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이다. 

박상용[오픈아트 관장] www.openar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