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인 민수는 아버지의 직장으로 인해 이사를 하게 됐다. 그 후 민수는 새로운 학교친구들과 다투는 일이 종종 있었다. 민수의 어머니는 이전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는 민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민수가 ‘배 아프다.’는 말을 자주하고 양호실에 가기도 하고 조퇴를 하는 날도 늘어났다.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숙제나 공부하기 싫어하고 게으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혼나는 일은 당연한 것. 그러던 중 민수는 학교를 가기 싫다면서 등교를 거부했다. 도대체 민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상담을 하다 보면, 우울증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가 학교에 가려하지 않는다’ ‘인터넷 중독인 것 같다’ ‘안 좋은 아이들과 어울린다’는 등 아이행동에 대해 해결방법을 찾고자 내원한다.

진료결과 ‘우울증’이라고 하면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애들이 무슨 우울증에 걸립니까?’, ‘컴퓨터 할 때는 눈이 반짝이고 공부할 때만 기운이 없는...’ ‘사춘기라서 그런 거 아닌가요?’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많은 아이들이 우울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증상들이 어른들의 우울 증상들과 달라서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행동 문제에 대해 비난을 받는 등의 이중적인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소아 우울증 증상은 어른들의 우울 증상과 다르다. 우울한 기분보다 짜증스러운 기분이 더 많다. 거기에 감정기복이 심하고, 불쾌감을 표현하게 된다. 우울한 기분을 행동화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어른들에게 반항적이고 적대적인 행동을 보인다던지 자주 지각을 하거나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소아 우울증상은 두통, 복통과 같은 신체증상들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주 조퇴하고 소아과를 찾지만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듣곤 한다. 그 외에도 주의집중의 문제, 산만함, 성적의 저하, 청소년 비행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 어른들의 우울증상과는 다른 증상들을 보인다.

이 같은 증상을 보이면 가급적 빨리 전문의와 상담하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아직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성인보다 성공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반면에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대인관계 문제, 학습 문제, 부정적인 자아감 등의 이차적인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필요할 때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우려라.
아이가 ‘죽고 싶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등 과격한 표현을 할 경우 다그치지 말고, 아이의 괴로운 감정에 더 귀를 기우려라. 아이가 말하는 내용보다 아이와의 의사소통 자체가 더욱 중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구체적인 일상생활에서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일깨워 주도록 노력하라. 칭찬으로 아이에게 긍정적인 힘이 자라나게 도와줘라.
끝으로 부모 스스로 지나친 죄책감을 가지지 말고 건강한 심신상 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험난한 싸움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실 수 있다.

문재석 아주다남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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