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모습.    © 이균 기자

민선 8기도 1년이 지났다. 단체장들의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 곳곳에서 열렸다. 

땀 흘리며 이곳저곳 간담회 현장을 찾아다니는 기자들이 안쓰러웠다. 물론 그중에 필자도 있다.

아쉬운 것은 민선 8기 1주년 기자간담회가 예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주차가 힘들었고, 간담회 현장은 복잡했다. 

그래서 기자회견장을 찾을 때는 기자인데 막상 회견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들러리가 되고 만다. 뒷짐지고 서 있게되는 경우가 많아서 하는 소리다.

대부분 단체장의 기자회견문 낭독은 지겨웠고, 회견 시간의 반을 차지했다. 답변 후 재차 질문이 없어 답변에 대한 만족도는 늘 아쉽다. 질문과는 엉뚱한 답변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단체장들은 명분만 있으면 기자들과 함께하려 한다. 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는 제법 명분 있는 자리다. 지난 1년을 자랑(?)하고, 앞으로 3년을 더 멋지게 할 거라고 또 자랑한다. 

자랑은 혼자 하면 재미없기 마련. 그래서 지자체는 간담회에 기자들이 많이 오길 바란다. 언론공보 담당이 할 일이자 능력이기도 하다. 

간담회 때와 장소 공지는 평소 소통라인인 메일 또는 문자로 한다. 일반 브리핑은 몰라도 단체장이 등장하는 기자간담회는 많은 기자가 참석한다. 

기자가 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본연의 임무인 취재는 당연하지만, 얼굴도장 찍으러 오는 것도 그중 하나. 세상에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행정광고가 나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능하면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이렇게 티끌을 모으고 있다. 기자인가? 영업사원인가? 묻게 되는 대목이다.

그래서인 지 일부 지자체는 기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곳도 있다. 가까운 매체만 모아도 자리 채우는데 무리가 없다. 그만큼 기자가 많다.

어떤 지자체는 기자에게 작성된 질의서를 나눠줘 질문하게 하고, 단체장은 준비된 답변을 한다. 그래서 다른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자=들러리가 되는 순간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취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 공동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한 마디로 교육청에 상주하는 기자만을 위한 시간인 셈이다.

도교육청은 이밖에도 출입기자들만으로 기자간담회를 갖는 사례가 많다. 보기에 따라 효율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균형감과 공평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차별때문에 기자실에 내 책상 하나 마련하기 위해 다툼이 많다. 경기도청과 경기도교육청이 광교로 이전할 때도 적잖은 소동이 있었다. 틀이 바뀔 때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출입처 기자실에 자신의 자리가 있는 기자들의 경우 모두에게 개방된 간담회에서 얼굴보기 어려운 기자가 적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에게는 행정광고와 단체장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가 보장돼 있다. 그것이 백브리핑(현안에 대해 배경설명 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식사자리일 수도 있다. 따라서 복잡한 기자간담회장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한 마디로 기자는 많고, 공간은 한정돼 있어 생기는 일이다. 뜯어보면 공간보다 집행해야 할 행정광고가 더 큰 원인이 아닐 수 없다. 

속담에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말이 있다. 기자간담회라는 행사는 책상 없는 떠내기 기자들이 치르고, 대접은 기자실 기자들이 받는 것은 아닌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늘 기회가 있는 이들이 간담회 행사만큼은 양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런 매너와 배려가 없음은 익히 알고 있어 생각을 떨쳐 버린다. 

김포시는 지난 4월, 출입 언론사에 집행하던 행정광고를 잠정 중단했다. 이유는 “효과적인 방향의 언론매체에 대한 예산 집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 결정은 이화미 홍보담당관이 내렸다. 그는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출근하자마자 일주일도 안 돼서 가장 많이 들은 소리가 광고비 기준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었다고 말했다.

한정된 예산. 수많은 매체. 답을 찾을 수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보겠다는 것.

하지만 그 답을 찾지 못했고 행감에서 “저도 광고판에서 있다 왔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광고비의 기준은 없다”고 답변했다가 시의원과 언론으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 담당관은 김포시가 ‘김포를 외부에 적극 알리겠다’며 5급 개방형 공모를 통해 임명한 외부인사다. 

그렇다. 필자도 광고비 지급 기준이 없다고 생각한다. 책임자가 판단하고 집행하면 된다. 그것이 공정하다면 아무런 문제 없다. 따라서 이 담당관의 답변은 상식적이다.

하지만 그런 용기 있는 공무원이 드문 것이 사실이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기자를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한다.  

이 담당관 역시 소신껏 일해 보려 하지만 잘 견딜지 의문이다. 그는 스스로 ‘광고판에 있다가 온 광고전문가’로 표현했다. 

하지만 지자체 행정광고 바닥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해라기보다 그냥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래서 제안한다. 기존의 틀을 하나씩 바꿔보자. 우선 기자간담회 및 브리핑을 비대면으로 하자. 지난 ‘코로나19’로 연습은 충분히 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듣고, 보고, 질문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질문의 기회도 많아져 더 효율적이다. 

이곳에서는 선택의 차별도 없다. 질문을 올리면 중복질문이 아니면 차례대로 답변해준다. 계속 손들면서 차례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선택되지 않았다고 섭섭할 필요도 없다.

기자들은 어디서나 기자회견에 참여할 수 있다. 운전으로 시간과 에너지 낭비할 필요가 없다. 안 그래도 주차난이 극심한 청사에 기자들이 몰려와 민원인에게 불편을 줄 필요도 없다.

만일 단체장들이 북적북적한 간담회를 원한다면 온라인 간담회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온라인 간담회가 다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자체마다 운영능력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가 그동안 경험한 기자회견과 브리핑 가운데 평택시가 가장 좋았다. 참고해 검토해 보길 바란다. 

온라인 브리핑을 활성화해 기자실 존재 가치가 낮아져야 한다.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특혜를 주는 것부터 바꿔야 한다. 언론개혁은 기자만의 일이 아니다. 공직자에게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는 대장동 사건으로 확인했다. 취재하지 않고, 글 쓰지 않는 무늬만 기자인 자가 학연 지연 등 인맥을 내세우며 활동하다가는 기레기가 된다. 이들은 좋게 표현하면 사업가다.

지금 경기도청, 경기도교육청, 시청 등 각 지자체 기자실에는 기자보다 사업가가 많다는 필자의 주장이 틀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