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지역 37개 학교 급식실이 지하나 반지하에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중 19곳은 급기 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임태희 교육감이 수원의 한 중학교 급식 현장을 살피는 모습)

올해는 유난히 교육현장이 뜨거웠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한 한해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끈 ‘경기도의회 2023 경기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와 교육기획위원회는 약 22조 예산을 쓰는 경기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불통’‘부실’‘졸속’‘탁상’ 등 문제를 내포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경기도의원들이 지적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들여다 봤다. 

스트레스 업무는 기간제교사가 맡는 것이 관행?

올 한 해 동안 가장 이목 집중된 사건은 ‘학교폭력’문제였다. 따라서 도교육청의 적극적인 행정지원과 교사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경기도 교육현장은 그렇지 못했다. 기간제교사에게 학폭 업무를 떠넘긴 사례가 드러나면서 경기도의회 행감에서 강한 질타를 받았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김현석(국민의힘, 과천)의원은 학교 기간제교사에 대한 부당한 업무 떠넘기기 관행을 꾸짖었다. 

김 의원은 "정교사들이 꺼려하는 학교폭력 업무를 기간제교사가 맡은 경우가 안산 37명, 시흥 32명이 었다"고 지적했다.

기간제교사가 담임을 맡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안산교육청은 기간제교사 608명 가운데 331명(54.4%) 시흥교육청도 기간제 교사 499명 중 266명(53.3%)이 담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기간제교사의 학폭 및 담임 담당은 교육공무원법에도 어긋나는 사항이다. 따라서 도교육청의 부실한 행정 운영이 드러난 셈이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는 기간제 교원을 규정하면서 전직 교육공무원을 제외한 기간제교사에게 책임이 무거운 감독업무를 주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안산교육지원청 및 시흥교육지원청 교육장은 “기간제 교사의 임용권자는 학교장이고, 업무분장 역시 학교장 결정사항이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교육청에서 깊게 지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두 교육장의 답변에 대해 “방관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교육지원청이 일선 학교에서 기간제교사들에게 떠넘겨지는 부당 업무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기간제 교사에게 학폭 업무를 맡는 것에 대해 ‘업무 떠넘기기’라고 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학폭 상담 시 겪는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이자형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이 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행감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학폭 담당자 10명 중 7명은 1년 이상 못 버틴다는 것.

현재 경기도 내 25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자는 총 345명이다. 이중 근무 기간이 7개월~12개월인 담당자는 152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6개월 이하는 102명으로, 전체의 29.5%에 달했다. 학교폭력 담장자의 73.5%가 1년 이하 근무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학폭 담당자의 잦은 교체는 또 다른 문제도 낳고 있다. 바로 업무의 연속성과 도교육청의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매년 지적받지만 올해도 등장한 늑장 행정

방대한 경기도교육청 행정은 곳곳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지적받는 늑장 행정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법률이 개정됐는데 도교육청 조례 정비는 되지 않았던 것. 결국, 이번 행감에서 늑장 행정으로 지적받았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이호동 의원(국민의힘·수원8)은 경기도교육청 행감에서 상위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도교육청이 관련 조례가 정비되지 않은 건수가 13건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특히 법률이 개정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관련 조례가 개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2021년 1월 12일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돼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됐다. 상위법이 개정된 것.

따라서 '경기도교육청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2호 4호인 기금의 정의가 제142조에서 제159조로 변경돼야 했다. 

그런데 아직 관련 조례는 개정안이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도교육청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잦은 법률 개정에 따른 입법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개정안을 한 번에 정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이 의원은 "도민이 도청에 갖는 입법에 대한 신뢰도 제고를 위해 적시에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의 명예퇴직 문제점도 늑장 행정 사례 중 하나다.

경기도교육청 게시판에는 명예퇴직을 간절히 원하는 교사들이 퇴직 절차와 관련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빠른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김호겸 위원(국민의힘, 수원5)은 “30년 된 교사가 명예퇴직을 세 번이나 신청했지만 선정되지 못한 반면 행정직은 희망자 100%가 명예퇴직 처리로 상반되는 결과에 나타났다”며 “교사들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현장에서 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에 대해서도 제때 대응하지 못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바로 영양 교사 증원이다. 경기도 내 영양 교사들은 하루 평균 11.73시간 근무하는 열악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개선을 위해 증원 계획은 확실히 잡혀 있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안광률 의원(민주·시흥1)은 “경기지역 영양교사의 경우 평균 근무시간이 11.73시간에 달하고 있어 전국 평균 근무시간은 11.14시간 보다도 높은 실정”이라며 “업무 조정 및 인력 충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기지역 영양교사의 근무시간이 더 긴 까닭은 과대·과밀학교가 많은 지역적 특성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급식실도 문제다. 경기지역 37개 학교 급식실이 지하나 반지하에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이중 19곳은 급기 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김미리 위원장(더불어민주당·남양주2)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행감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로 지하나 반지하에 설치돼 있는 급식실이 남양주가 6개교로 가장 많았고 이어 안산 5개교, 화성 4개교, 용인·김포 각 3개교, 수원·성남·평택·광주·의정부 각 2개교, 과천·안양·부천·의왕·이천·파주 각 1개교 등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학교 중 절반이 넘는 19곳은 실외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는 급기 시설조차 없는 상태라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